용산참사로 희생되신 철거민 분들께 드리는 편지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니 마음이 참 무겁고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참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밤에 자꾸 지난 날들의 추억이 떠오르고 어제 pd수첩의 영상을 보니
너무 마음이 울컥해져 이제서야 글을 써봅니다.
저는 한강로 3가에서 아주 오랫동안 그러니깐 거의 5년을
매일같이 집 나들듯이 다니었던 사람입니다.
신용산역 2번출구를 나와서 지금은 사라져가는 그 한강로2가를 지나
출퇴근을 했었지요. 저 어제 영상보면서 생각했어요. 그 공간. 지금은 들어갈 수 조차 없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그 공간. 용산에서 일하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포차골목.
모든 것이 하나하나 생각이 나더군요.

망루가 지어진 남일당 건물. 그 건물에 4층에는 요가학원이 있었죠? 아주 쌌는데 수강생들이 점점 줄어들었잖아요.
1층에 있었던 의정부부대찌개 맛은 좀 좋았나요?
맛있게 먹었지만 전 돈이 많이 없어 가끔씩 가곤 했었는데.
그 뒤에는 레아라는 호프집이 있죠? 저는 그 집이 너무 비쌀 것 같아
그 골목 바로 옆 골목 치킨집에서 맥주랑 치킨을
종종 먹었네요. 근데 그 호프집 사장님이 돌아가시다니. 저 알아요. 원래는 그 호프집이 갈비집이었다는 거.
예전에 연극배우 권해효선생님이 그 곳에서 갈비 사주셨다구요.
저 이제 알았어요. 오랫동안 일하셔서 버신 돈으로
호프집 차리신 거라는 거. 저 이번에 알았네요.

그 호프집 뒤에 자장면집. 어제 pd수첩에 나온 여자분. 자장면집 사장님이시죠?
매번 차갑게 말씀하셔서 가게 갈 때마다 조금 불편했었어요. 그런데 가격이 가장 싸니깐 자주 갔었지요.
용산탕 바로 옆 자장면집.정말 요즘 생각 많이 났다구요.
내가 이모 이모하며 즐겨가던 포장마차집. 철거용역들로 인해 망가져 버린 그 곳을 지날 때 정말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알아요? 이모는 지금 어디계신가요? 피곤하신 눈으로 항상 맛있는 안주를 뚝딱 만들어주셨던
이모 생각이 요즘 왜 이렇게 간절하게 나나요?
순대국 집 아주머니. 통닭집 아저씨. 쭈꾸미집 아줌마와 아저씨. 라면을 서비스로 줬던 알밥집 할머니.
초쿄빵이 맛있던 찻집. 그리고 김치찌개 맛이 끝내주던 한옥집. 우리 사무실 이쁘게 꾸며주셨던 지물포 아저씨.
남일당 건물 모퉁이에서 과일 파시던 할머니와 그 앞 꽃가게에서 나의 300일 장미꽃을 만들어주시던 아저씨.
매일 가게 한 켠에서 고스톱 치시고 그러셨잖아요.
그리고 명희이모. 내가 단골로 가는 고깃집 사장님. 우리 올 때마다 맛있는 삼겹살에 반찬도 참 많이 주시고.
여름만 되면 점심으로 내내 먹었던 야콘냉면. 그 맛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투쟁 쪼끼가 어색하셨는지 가끔 마주치면 자리를 피하셨죠? 이제 그러지 마세요.
저 너무 많이 알았어요. 그 조끼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이모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지켜온 용산 그 땅의
소중함을 몰랐던 제가 얼마나 부끄럽고 이기적이었는지를 이제서야 알겠되었다는 거예요.
사고가 있기 전, 월요일 아침에 경찰들이 건물 주변을 빙둘러쌀 때 망루에 올라가신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보고
경찰과 용역에 둘려 쌓여 있는 아주머니 아저씨를 왜 지켜주지 못할까 눈물 짓는 저였어요. 나는 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을까.
분명히 투쟁가를 틀고 조끼를 입고 다니시는 모습을 봤는데.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을 몰랐던 내가 아닌데.
가진 것이 없다고 이렇게 천대 받고 무시당하는 대한민국을 몰랐던게 아닌데. 용역들이 부동산을 깨부시고 낙서를
하는 것을 몰랐던 내가 아닌데. 나는 왜.......!

정말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 정부 정말 용서할 수 없어요. 서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생떼거리로 표현하는 땅장사 용산구청장.
대화로 풀어도 되는 문제를 경찰특공대를 도입한 김석기 경찰청장. 그리고 대통령 tv 대화 진기록 4% 시청률을 기록한 이명박 대통령. 정말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철거업체 폭력에는 어떤 법의 잣대도 들이 되지 않았던 경찰과 검찰.
이 모든 행위들을 우리 국민들은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땅의 정의가 살아있다면 말입니다.
순박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돌아가신 분들 큰 걸 바랬던 분들 아니잖아요.
인간답게 살자고 했던 거 잖아요. 내가 투자했던 거. 내가 이사가니깐 그건 받자고 했던 거잖아요.
그 분들이 당신네들처럼 땅투기에서 돈 벌고 그런 사람들 아니라니까요. 그러니깐 제발 뭐라 하지 말아줘요.
폭력집단이라고 하지 말아주요. 그 망루를 짓기까지 그리고 그곳에 신나를 갖고 올라가기 까지.
대화와 타협을 시도했던 건 당신들이 아니라 바로 그 분들이었잖아요.
응원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환호해주시던 분들이예요. 시민을 절대 공격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아니었잖아요.
욕하고 소화기 들고 뛰어다니는 용역들한테 돌 던진 거 잖아요. 왜 몰라요.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물대포 쏘려고하는 경찰들한테 던지 화염병이잖아요. 알잖아요. 그들이 도심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거.
72세의 호프집 사장님이잖아요. 50세 이상의 어른들이었잖아요. 폭력전과가 있었던 분들인가요? 아니잖아요..정말...
제발 그러니깐 이제 그 분들한테 뭐라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간절하게 말하고 싶어요. 정말 간절하게.

다시 한 번 이야기 드립니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시민도 죽었고 경찰도 죽었습니다.
경찰은 진압작전 중 작전수행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 분의 죽음에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인간의 예의입니다. 그리고 도덕입니다. 그 들이 정녕 불법행위로 인한 죽음이었다 하더라도.
김석기! 당신은 그들의 유족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무릎꿇고 빌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예의입니다.
이명박! 당신은 한 나라의 대통령입니다.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의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옵니다.
당신의 권좌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당신은 아닙니다.
당신이 계속해서 이렇게 해서 나갈 때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역사는 지금 껏 그렇게 발전해 왔고 우리는 응당 그렇게 할 것입니다.
왜냐구요?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당신이 정녕 이야기 하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서 있는 나라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으니까요. 이게 바로 선진화 국민의 상도덕입니다.
돌아가신 철거민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없을 수 있도록
남은 사람들이 정말 아주 정말 노력을 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억울한 죽음이 정말이지 헛되지 않을 수 있도록이요.
2009년 2월 4일 늦은 저녁 10시, 도서관에서
* 위에 영상을 다운 받거나 더 좋은 자료를 원하시는 분은 www.vs2mb.net 으로 가보세요!
지금의 용산참사에 대한 좋은 기사나 영상이 있네요.





덧글
김진주 2009/02/05 01:04 # 삭제 답글
동감합니다.우리는 무언가 크게 잘못된 사회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살기 싫은 끔찍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슬픕니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울트라감자 2009/02/05 01:15 #
우리의 분노가 식지 말아야 합니다.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정말 고민하게 됩니다.
이일경 2009/02/05 02:55 # 삭제 답글
제가 정말 보고싶었던, 인간미 잃지 않은 글에 진심으로 고마운 말씀 전합니다.너무나 가슴아픈 하루하루입니다.
허나, 아플 수록 눈물콧물 닦으며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지요.
울트라감자 2009/02/05 09:15 #
네..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해가야겠죠?
김수연 2009/02/05 05:08 # 삭제 답글
티비 보면서 계속 화가 나서 씩씩대다가.. 마지막 즈음에 저 사진에서 처럼 손을 머리위로 올려 하트를 만드시던 저 분들 모습에 마구 눈물이 났습니다.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메고 ㅜㅜ 진짜 어떻게 해야될지....... 제가 다 막막하기만 하더군요.
이 나라가 미쳤다.. 이런 말 따위로 위로도 안될만큼 상처 입으신 저 분들.. 부디 꿋꿋하게 버티시구요.
정말, 이지경을 만든 그 인간들..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분들께 사죄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럴수나 있을런지....잘못을 알기나 하는건지.......)
정말 개념찬 편지에 다시한번 눈물 나지만, 멀리서나마 지금 이순간까지도 힘이 드실 그분들께 화이팅! 이라고 외쳐 드리고 싶습니다!!
울트라감자 2009/02/05 09:15 #
덧글 감사합니다.
영글 2009/02/05 05:11 # 삭제 답글
재개발 하지 말고, 좀 허름하더라도 따뜻한 세상 만들며 살아요.
울트라감자 2009/02/05 09:16 #
개발 뒤에 펼쳐질 용산을 생각해봤어요. 주상복합들만 즐비한 그 곳에서과연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질지. 개발 뒤에 가려진 서민들의 상처와 아픔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덧글 감사해요~
asdf 2009/02/05 07:26 # 삭제 답글
그냥 건전한시위가 아니라 불순분자가 썩여있으니깐 문제여...
울트라감자 2009/02/05 09:17 #
전철연에 대한 오해 입니다. 저도 그 단체가 정확히 어떤 성격인지는 모르나어제 피디수첩을 보니깐 생각이 달라지던걸요. 같은 처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니깐 용산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니지 않았을까요?
ㅋㅋㅋ 2009/02/05 08:02 # 삭제 답글
이런편지 수억통을 써도 소용없으니 모금이라도 해서 돈이나 주던가;;;캐다음보면 넷상에서만 발광이지 현실에서는 도움이 안돼;;;; 서울시 교육감선거만 보면 알수있지....
울트라감자 2009/02/05 09:18 #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좋은 실천은 집회에 잘 참여하는 것과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일테고. 더 좋은 행동들이 있으면 잘 해나가도록
해볼께요. 조금씩 사람들은 변해가고 있으니까 너무 실망말아요!
기인숙 2009/02/05 08:12 # 삭제 답글
그러게 문제네요. 도심내 재개발은 완전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수준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차라리 주변 농지를 매입하여 만드는 것이 좋을 듯 싶군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너무 빨리 변해가서 모든 사람들을 슬프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비용이나 수익만이 아닌 가치에 대한 부분, 정신적인 부분도 살피면서 갔으면 싶습니다.
울트라감자 2009/02/05 09:19 #
맞습니다.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login 2009/02/05 16:59 # 삭제 답글
울컥하네요.. 빌어먹을 정부라고 조심스럽게 써 봅니다.
김은수 2009/02/06 08:27 # 삭제 답글
정말 분노를 멈출 수 없습니다. 이 분노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이번 2009년에는 이명박 퇴진이 꼭 되길 바랄 뿐입니다!!